뼈해장국은 비타민과 칼슘 등의 영양소를 듬뿍 담아낸 음식으로, 영양 보충에 탁월하다. 그렇지만 역시 뼈해장국은 해장으로 먹어야 제맛이다.
그런 연유로, 오늘 점심은 뼈해장국이다. 쓰린 속을 붙잡으며 향한 곳은 바로 동명동에 위치한 ‘동명뼈왕’이다.
세련된 동명동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메뉴이지만, 식당 이름처럼 동명동에서 뼈해장국으로는 ‘왕’ 자리를 차지하고 있나 보다.
입구에 들어서면 오픈형 주방과 함께 홀이 펼쳐진다. 이미 식당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가득 차 있어, 그나마 비어있는 구석 한 편에 자리를 잡는다.
테이블 옆의 벽면마다 메뉴표가 붙어있어, 주문은 쉽다. ‘뼈구이’에 눈이 먼저 가지만, 쓰린 속 탓에 선택권 없이 뼈해장국’을 주문한다.
밑반찬이 차려지는데, 고기반찬이 하나 나온다. 이것이 무엇인고 물으니 바로 ‘뼈구이’란다. ‘이거 주문 안 했는데요.’하니, 서비스란다.
‘동명뼈왕’은 서비스도 거침없다. 총 6시간이나 준비하고 삶은 목뼈에 특제 소스를 발라 구워 낸 뼈구이가 서비스로 나오다니, 손님은 왕 대접 톡톡히 받는다.
뼈에서 살을 발라내어 한 입 먹어보니, 살짝 매콤한 맛에 달짝지근함이 맴돈다. 매운족발 소스와 비슷하면서 묵직하지 않고 가볍게 입맛을 자극하는 맛이니, 먹어본 자만이 그 맛에 감탄할 수 있으리다.
뼈해장국의 등장이다. 뼈다귀가 큼지막해서 프레임에 담아내기도 힘겹다. ‘동명뼈왕’이라는 식당 이름에 걸맞은 비주얼이다. 식기류와 함께 집게를 주니, 뼈를 건져 올리기에 간편하고 좋다.
식사를 위해 뼈해장국에서 한 덩이 건져내 앞접시에 덜어놓고 보니, 해장용 점심이라기엔 너무 푸짐하다. 마치 술상을 맞이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일 것이다.
매장 한가운데 위치한 소주 냉장고를 슬쩍 보니, 그 기분이 더욱 과해진다. 이곳, 해장술을 기울이기에 너무나 좋은 구성이다.
뼈에서 부드럽게 분해되는 살코기들이 선분홍색을 띄며 식욕을 자극한다. 살코기는 가게에 준비된 와사비장을 찍어 먹어도 좋고, 김치에 곁들어 먹어도 좋다.
취향에 맞게 무말랭이와 함께 먹어보는데, 연한 살에 꼬득꼬득한 무말랭이가 곁들어지니 간이 심심하지 않고 좋다.
취향에 따라 들깨가루를 뿌려 저어주면, 들깨 고유의 향이 뼈해장국에 스며, 진한 맛을 만들어낸다.
국 안에 들어있는 수제비 떡과 당면, 우거지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바로 해장이 절로 되는 묵직하고 허한 속을 채워주는 뜨끈한 맛이다.
밥은 단지에 담겨 나오는데, 돌솥밥처럼 밥을 다른 그릇에 옮겨 담고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푸짐한 구성이다.
물을 부어놓고 식사를 마친 뒤 뚜껑을 여니, 구수한 누룽지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잘 불은 밥알을 박박 긁어 먹으면, 뼈해장국으로 든든해진 속을 마무리 누룽지가 부드럽게 감싸준다.
뼈를 담는 통이 미어질 정도로 푸짐한 식사를 끝내니, 묵혀진 숙취가 쑥 내려가면서 속이 든든해진다.
계산하며 나오는 자리에 진열된 술병들이 발걸음을 잡으니 못내 아쉽다. ‘동명뼈왕’의 한 상은, 해장술을 위한 완벽한 상차림인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동명뼈왕’의 상차림은, 양도 구성도 부족함이 없다. 그 간단하고 친숙한 요리에 들어간 정성마저도 감탄이다. 그렇다면 그 대접을 맘껏 누려야 인지상정이다.
해장하러 왔다가 해장술을 떠올리게 하는 그 마법의 상차림에 초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