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캐스트
신과 함계(鷄) 닭갈비 한 판
신의계시
풍암동
2019.03.11 조회수 996



3월을 맞이하며 개학, 개강의 시즌이 돌아왔다. 거리 곳곳에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가는 풍경이 많아졌다. 방학 기간 내 겨울바람처럼 싸늘했던 대학가에도 봄과 같은 젊은이들의 기운이 가득 찬다. 



이제는 십여 년이 지난지라 어렴풋이 생각나는 대학시절. 돈 없고 배는 고픈 그때엔 뭘 먹었더라. 근처 식당의 비빔밥과 백반이 질릴 때쯤, 고기가 먹고 싶은데 소, 돼지고기는 학생의 지갑으로 자주 먹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닭갈비를 그렇게 많이도 먹었던 것 같다. 닭갈비야말로 7~8천원으로 고기도 먹고 양념에 밥도 볶아 먹을 수 있으며, 점심에 막걸리 한 잔씩 반주도 가능한 대학생 신분 최고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닭갈비를 먹으러 떠난 곳, 풍암동에 있는 ‘신의 계시’이다. 풍암동에 본점이 있고 화정동에 분점이 있다. 외관만 보고 몰라보고 한 바퀴를 돌다, ‘아, 닭갈비집이 이렇게도 생겼어?’ 하고 찾았을 정도로 세련된 외관이다. 주차는 건물 옆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면 되니 주차 괴로운 풍암동에서 헤메지 말자.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인데도 입소문은 빠르게 퍼졌는지 거의 만석이다. 내부가 무척 넓고 테이블도 굉장히 많은 편이라 다행히 대기 없이 착석한다. 닭갈비집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시원시원한 느낌이다. 가족끼리 오신 분들, 술이 함께하는 직장인들 모임 등 여러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신의 계시’ 내부에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도 넓게 마련되어 있다. 오락기는 물론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놀 수 있게끔 편백 나무로 된 큐브들을 깔아 놀이방을 만들어놓았다. 요즘 노키즈존이 많아지면서 가족 식사마저 눈치를 봐야 하는 곳이 많은데, 이곳이면 문제없겠다. 



메뉴는 간단하지만 선택의 기로에 설 수 있다. 고추장 닭갈비와 간장 닭갈비 두 가지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고민이 될 때는 두 가지 메뉴 다 시킨다. 그것도 각자 모둠 사리까지 추가해서 말이다. 



가격은 1인분에 9,000원이지만 점심 특선으로는 메인메뉴를 7,500원으로 먹을 수 있다. 예전에도 닭갈비의 평균 가격이 7~8천원 정도였는데, 십여 년이 지난 지금, 9천원의 가격이라면 매우 감사한 상승이다.



간단한 반찬들이 나오는데, 나가사키 짬뽕 육수를 내어주는 게 독특하다. 따로 국물이 없는 메인 메뉴이다 보니 맑은 국물로 조화를 맞췄나 보다. 맑고 칼칼한 육수가 식전에 속을 데우기도 좋고, 식사하면서 떠먹으면 입맛을 정리해주니 좋다. 육수가 적을까 걱정 말고, 리필을 요청하자.



두 가지 메뉴 다 주방에서 1차적으로 조리가 되어 나오기 때문에, 바로 먹어도 된다. 고추장 닭갈비에 올라간 라면 사리가 불까 걱정되니 고추장 닭갈비부터 당장 시식이다. 



고기 자체는 딱 한 입 크기 정도로 잘라져 있어 사리와 함께 먹거나 쌈을 싸먹어도 부담되지 않을 크기다.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려져 매콤한 맛에 단맛이 감돈다. 아이들도 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정도의 매콤함이다. 



‘신의 계시’ 고추장 닭갈비의 신의 한 수. 모둠 사리 구성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치즈, 라면 사리 정도야 예상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돈가스의 등장이다. 고추장 닭갈비의 모둠 사리 구성은 치즈/라면/돈가스 세 가지인데, 물론 한 개씩 추가도 가능하다.



딱 좋을 만큼 익은 라면 사리에 고추장 양념이 입혀져 마치 색다른 양념의 비빔면을 먹는 듯하다. 또 다른 사리인 돈가스도 잘 튀겨졌는데, 간장 닭갈비에 나온 군만두까지 먹은 소감은 ‘닭갈비집인데 튀김도 잘하네.’가 되겠다.



3면을 사리로 덮은 고추장 닭갈비 반도 한가운데에서 사르르 녹는 치즈 사리가 마음의 안정을 준다. 이 치즈는 닭갈비를 찍어 먹어도 좋고, 라면사리나 돈가스와 같이 곁들여 먹을 수도 있으니 필수 구성임은 틀림없다.



고기를 먹을 때 쌈을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은 닭갈비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닭갈비 한 점씩 집어 쌈 야채로 싸 먹어도 좋다. 닭갈비와 함께 곁들여진 양념된 양배추나 깻잎 등도 얹어 먹으면 그 감칠맛이 배가 된다.




대망의 간장 닭갈비도 꼭 추천하는 메뉴다. 간장 닭갈비용 모둠 사리인 당면, 만두, 떡볶이 떡까지 추가되니 닭갈비가 아닌 찜닭 요리를 마주한 듯 하다. 들어간 닭고기도 마찬가지로 한입 크기로 먹기 좋다. 간장 양념의 단-짠-단-짠 맛을 입은 닭갈비가 부드럽게 씹힌다.




간장 닭갈비를 추천하는 이유, 바로 환상의 모둠 사리 때문이다. 넓적 당면이 주는 찰진 느낌에 중국집 만두 저리 가라 싶은 바삭한 군만두까지.(다시 한번 말하지만 ‘신의 계시’는 정말 튀김도 잘하는 것 같다.) 


그냥 닭갈비를 찜닭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비법이 모둠 사리에 담겨있다. 게다가 각 사리의 맛은 물론이고, 닭갈비의 간장 양념 자체가 간이 좋으니 남녀노소가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맛 되시겠다.



남은 소스에 밥을 볶아야 닭갈비 한 판이 끝이 나는 법이지만, 이 날은 실패하고 말았다. 생각보다 많은 양에 금방 배가 차더라. 볶음밥을 못 먹은 아쉬움이 자꾸 요즘 날 미세먼지처럼 번지길래 정확히 한 달 후 화정점으로 방문했다. 화정점에서는 풍암동 본점에서 못다 이룬 볶음밥의 꿈을 야무지게 이루었다는 후문을 전한다.


한때 가벼운 주머니를 책임지는 든든한 메뉴였던 닭갈비가 더욱 무장해서 돌아왔다. 마음만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새내기처럼 봄을 맞이한 당신, 지나간 그 시절 향수가 무럭무럭 올라온다면, 오늘은 옛 추억을 꺼내 줄 닭갈비 한 판도 좋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