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캐스트
3代 역사의 백년가게
민들레
치평동
2019.01.03 조회수 1,506



광주형 일자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광주는 현재 일자리뿐만 아니라 문화, 경제 등 사회 전반, 지역 자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지역민이 하나둘 떠나고 SOC는 축소된다. 어쩔 수 없는 중앙 집중화 현상이라지만, 가만히 앉아 사형선고를 기다리라는 말은 지독하다.


우리네 식당들도 마찬가지다. 지역에 터를 잡았던 오래된 맛집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프랜차이즈는 무섭게 몸집을 늘린다. 추억의 맛집 한번 찾아갔다가 씁쓸하게 발길을 돌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100년 전통의 지역 명소를 육성하기 위한 일환으로 ‘백년가게’를 선정하고 있다. 이번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추가로 선정한 전국구 18곳 중에, 광주지역 식당이 딱 한 곳 있더라. 바로 광주 상무지구에 자리한 '민들레(前 길가네)'다.



'민들레'는 위치와 상호가 여러 번 바뀌긴 했지만, 광주에서 1958년부터 60년 이상 3대를 이어 내려온 곳이다. 광주 맛집으로 선정되고 유명하기도 한 곳이라, 젊은 세대보단 중장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특히 광주시 공무원들 맛집 리스트에 항상 올라와 있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내부는 모두 입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식탁별로 칸막이도 없다. 조용하게 프라이빗한 분위기보단 도란도란한 식사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곳이다. 60년 전통을 이어온 느낌답게 자개장과 병풍이 예스럽고 멋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백년가게 선정 명패와 2017년에 방문했다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사진도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정말 유명한 곳이긴 하나보다. 하지만 명성도 노력 없이는 얻기 어려운 것. 그만큼 민들레는 대외적으로 지역 전통 맛집을 알리기 위해 대단히 노력하는 편이다.



자리를 잡고 메뉴를 보니 구성은 간단한 편이다. 게장정식, 쌈밥정식, 굴비정식 그리고 삼겹살이 있다. 양옆의 테이블에서 구워지는 삼겹살 냄새에 잠시 마음이 약해졌지만, 오늘은 게장정식을 먹어보려 방문하였으니 초심 그대로 양념, 간장 하나씩 선택이다.



60년의 비법이 이어진 정갈한 한 상이 순식간에 차려진다. 소박한 밑반찬에 양념, 간장게장 한 그릇씩을 기본으로, 보글보글 잘 끓여진 김치찌개 한 냄비도 곁들여 나온다.



반찬의 가짓수가 많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그저 밑반찬에 충실하다. 해초, 미역에 초장 듬뿍 찍어 먹고, 폭신한 계란 말이로 입맛을 돋워본다.



사실 반찬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은 바로 '김치'다. '세계김치문화축제'에서 '올해의 김치 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을 정도로, 이 집 김치는 특색있는 감칠맛이 난다.


배추김치는 살짝 매콤한 맛에 배추의 단맛이 스며있다. 생지는 아니고 살짝 숙성된 맛인데, 오래간만에 식당에서 먹는 맛있는 김치다. 김치 명인의 김치로 찌개를 끓였으니, 김치찌개 또한 맛이 좋은 게 당연한 노릇이었다.



이곳의 게장은 큰 대접에 담겨 나온다. 각종 한약재를 우려낸 간장 육수는 국물만 떠먹어봐도 전혀 짜지 않다. 촉촉하게 양념이 배어들었지만, 먹어보면 예상과는 전혀 다르다. 간장 육수가 게의 비린 맛만 확 잡으며, 싱싱한 생물의 풍미를 전혀 해치지 않는다.



간장게장의 짭조름한 맛을 좋아하는 이라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하지만 먹는 순간 누구나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민들레'의 게장은 담백하고 신선하다.



양념게장도 간장게장처럼 대접에 담겨 나오는데, 보통의 꾸덕한 양념게장과는 많이 다르다. 묽은 양념소스에 채 썬 채소를 듬뿍 담아낸 것이 마치 물회와 비슷한 모습이다. 양념은 고춧가루, 고추장을 바탕으로 했는데, 은은하게 느껴지는 단맛의 비법이 물엿이 아닐까 예상해본다.



집게 다리 부분도 엄연한 게살이 있는 부위니 놓칠 수 없다. 따로 칼집을 내놓지 않아 직접 가위와 집게로 해체해가며 먹어야 한다. 불편을 감수하고 먹는 다리 부위의 살, 역시 인내의 결실은 달다.



필수 코스인 게딱지에 밥 비벼 먹기도 놓치지 말자. 게딱지는 보통 붙어있는 내장이 텁텁하고 쓴맛이 나기 마련인데, 이곳의 게딱지는 텁텁하지 않다. 간장 육수도 짜지 않으니 기존과 다른 담백한 게딱지 밥을 먹을 수 있다.



게딱지에 비비는 밥도 물론이거니와, 정갈한 밑반찬 하나씩 밥과 함께 맛보는 것도 좋더라. 밥에 수수가 들어가서 톡톡 씹히는 느낌이 좋고, 고슬고슬한 밥도 어디에든 어울린다. 간만의 ‘집밥’같은 느낌이다.


이 또한 게장이 맛이 세지 않고 담백하니, 밥을 반찬과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여유이다.



약재를 듬뿍 넣어 끓여낸 차에도 집밥과 같은 정성이 들어가서 좋다. 식사 중간중간 입을 헹구며 먹어도 좋고, 식사 후 입맛을 딱 정리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문화와 정보뿐만이 아닌, 맛집도 '지역만의 것'을 잃어가고 있다. 선택의 다양화를 위한 프랜차이즈도 좋지만, '우리 광주'를 지키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민들레'가 갖은 대회를 참여해가며 지역 식당을 알리고, 백년가게에 선정된 것이 의의가 있는 이유다.


타지에서 손님이 왔을 때, '광주 오면 여길 가야지.'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만한 전통 맛집의 명맥을 '민들레'가 지켜주고 있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