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캐스트
모둠회에 딱 한 잔만 더!
긴자상회
금호동
2018.12.06 조회수 520



“삶이 갈수록 팍팍해 지면서 서민들은 술 한잔할 여유 조차 없고, 기업들은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 송년회를 생략한다. 송년회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고깃집이나 식당에서 ‘부어라 마셔라’하는 ‘음주 송년회’ 일변도에서 호텔 외식, 스크린 골프, 와인바, 공연 관람 등 놀이모임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하더라도 1차로 간단하게 끝내기로 하는 등 예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연말이 되면 오랜만에 좋은 분들과 술 한잔할 수 있는 여유가 그립다.”


- 박석호 경제부장, 칼럼 '망년회, 송년회’, <무등일보>, 2018.11.21 -



지나친 음주가 암묵적으로 묵인됐던 연말 시즌이 돌아왔지만, 이제 그 풍경은 사라지고 있다. 폭음보다는 1차 정도의 가벼운 음주로, 술자리보다는 점심 식사나 문화생활로 대체되는 문화다. 좋은 변화긴 하지만 술자리에서 나오는 진솔한 대화와 분위기가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딱 한 잔만.'을 목표로 할 '긴자상회'를 찾았다.



금호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긴자상회'는 방문 손님들의 연령대가 생각보다는 높다. 운치있는 분위기의 내부에 주방을 둘러싸고 있는 긴 테이블과, 4인 테이블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한다. 뒤편엔 캠핑장 같은 단체석도 마련되어 있더라.



오픈형 주방에선 이따끔씩 불쇼가 펼쳐지는데 그것을 구경하다 한가지 발견했다. 사장님으로 보이는 한 남성분을 보니 누가 생각난다 싶었는데, 바로 미국 배우 크리스 프랫을 닮았다. 사장님의 초상권을 위해 사진에선 밝히지 않겠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연령대가 다소 높은 이유를 알겠다. '요리'에 가까운 음식들이니, 술안주치고는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다. 요리류가 2만원 선에 포진해 있어서, 가벼운 술자리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오늘 저녁은 가벼운 식사와 한 잔의 맥주를 위해 모둠회(2인)을 주문해본다.



모둠회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방어회, 생연어회, 칵테일 새우회부터 생 성게알와 볶은 성게알, 장어구이, 전복구이, 관자구이, 고등어 절임, 참치뱃살과 등살, 게 내장 소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구성이 한 접시에 담겼다.



‘긴자상회’ 모둠회의 가장 특별한 구성은 두가지인데, 그 첫 번째는 볶은 성게알이다. 보통 생으로 먹었지, 이렇게 살짝 양념이 되어 볶아낸 성게알은 처음이다. 꼬들꼬들한 맛이 성게알 특유의 텁텁한 맛과는 또 다르다. 어묵이겠지 했다가 맛을 보고서 직원분을 불러 여쭤보기까지 한 별미다. 물론 생으로도 있으니 취향껏 나눠 먹자.



두 번째는 바로 고등어 초절임을 겉면만 살짝 구워낸 것인데, 고등어 초절임은 광주에서 파는 곳이 많이 없어 자주 접하기 힘들다. 서울에서 몇 번 접하고 광주에서는 이곳에서 처음인데, 마침 고등어 제철 계절이라 나왔나 싶다. 겉을 살짝 구워내서 혹시 날 수 있는 비린내를 잡았다. 고소한 맛은 좋으나, 단일 요리가 아니라 그런지 양이 무척 적어서 아쉽기만 하다.



빠지면 섭섭한 장어구이도 적당한 간장 양념을 해 구워졌는데, 장어의 풍미는 느끼고, 다른 회를 먹는 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삼삼해 좋다. 조갯살과 관자도 불로 살짝 구워져서 한 입 물면 안에서 육즙이 살짝 흐러 나온다. 역시 간이 세지 않아 좋다.



전복도 두껍게 썰어내어 쫀득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다. 그리고 모둠회에 빠질 수 없는 참치 뱃살과 등살도 있다. 비록 고급 수준의 참다랑어 부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평균은 한다. 맥주 곁들이기에 나쁘지 않다.



제철 맞은 방어회도 고소함이 좋다. 전체적으로 간이 강하게 되어 있지 않아, 담백하고 가벼운 술자리에 맞는 모둠회의 구성이다. 일반 술안주보다 운치 있어서 좋고, 과하지 않아 술 한 모금에 안주 하나씩인 과유불급의 구성이다.



가벼운 술자리가 끝나면 못내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만, 앞서 말했듯 과유불급이다. 다음 해에는 올해보다 발전될 나를 기대하면서, 올해 마무리도 작년처럼 폭음으로 지새우고 있지는 않은가? 적당한 음주를 도울 모둠회와 함께 1차로만 마무리하는 연말을 맞이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