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즌, 내 이름보다 많이 들은 것 같은 그 이름, ‘영미’. 올림픽은 끝났어도, ‘영미’가 최고의 유행어가 되며, 예능과 광고를 휩쓴다. ‘영미’들은 항공권도 공짜, 놀이공원도, 식당도 공짜다. 언뜻 촌스러운 이름인 것 같았는데, 요즘 누구보다도 갖고 싶은 이름이다.
그래서, 영미 만나러 가봤다. 훨씬 이전부터 광주에서 ‘영미’ 찾으면 여기에 내려주는 곳. 이미 맛집으로 유명한 ‘영미오리탕’이다. 오래된 만큼 수많은 방송을 타며 그 역사를 검증 받아왔는데, 그 맛 진짜 여전한 게 맞는지 감별하러, '김' 씨만 네 명, ‘팀킴’ 출동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할 수 있다. 맛있게 먹는 녀석들과 백주부까지. 안 나온 방송은 매주 수요일마다 맛집 찾는 그 방송 하나뿐일 듯하다.
방송에 나온 맛집에 대한 반응은 크게 갈린다. 입소문을 타면서 서비스, 맛이 변하거나, 뚝심 있게 초심을 이어가거나. 오랫동안 왕좌에 앉아있는 ‘영미오리탕’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저렴한 가격대는 아니지만, 든든하게 먹을 수 있도록 오리탕 한 마리로 주문한다. 메뉴 옆, ‘미나리 추가시 3,000원’, ‘육수 보충 한 번’의 문구가 눈에 띈다. 옛적의 푸짐했던 인심도 물가가 오르면서 어쩔 수 없나 보다.
밑반찬들은 가짓수는 얼마 없어도 실속 있다. 자칫 텁텁할 수 있는 오리탕에 잘 어울리는 새콤한 조합이다.
처음에 여분으로 주는 미나리이다. 한창 제철을 맞아 그 싱그러움이 빛을 발한다. 추가 시 비용 때문에 걱정했지만 여분 넉넉히 주어 다행이다.
드디어 메인 스톤인 오리탕 뚝배기가 들어온다. 테이블마다 세팅되어 있는 버너에 안착한다. 미나리도 듬뿍 얹어져 있어서 입맛을 돋운다. 뚝배기가 생각보다 작은 편인데, 그 작은 뚝배기에 큰 몸집을 우겨 넣었다.
간장종지에 들깨 듬뿍 붓고, 초장을 발사한다. 그리고, 컬벤져스가 빙판 닦듯이 스윕! 헐! 헐! 하면, 단언컨데 가장 완벽한 오리탕 소스가 탄생한다.
주방에서 한 번 끓여져 나오기 때문에, 바로 먹어도 괜찮지만, 미나리의 숨을 죽이기 위해 참았다. 미나리가 국물에 푹 어우러진 순간부터 우리의 젓가락은 바쁘다.
향긋한 봄 미나리가 묵직한 육수의 맛을 머금었다. 한 젓가락 집어 들깨, 초장 소스에 찍어내었다. 아삭한 미나리와 고소한 들깨 궁합에 초장이 삭 잡아주는 맛까지. 그야말로 ‘경칩’(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의 맛이다.
이제 국물을 맛보자. 긴 역사는 역시 어디 가지 않는지 국물 역시 진하고 구수하다. 오리탕 특유의 잡내 없이 구수한 맛을 잘 살렸다. 국물에 개운한 맛까지 더해주는 미나리는 필수다.
이제 오리고기를 맛 볼 차례다. 오리 다리 야무지게 집어 올려 분해하는데, 뭔가 잘 안 된다. 살이 너무 질기다. 근육이 많은 건강한 오리가 걸렸나 보다.
오리고기는 오래 끓일수록 살이 연해지기 때문에, 여유와 인내를 갖고 먹길 추천한다. 족발 먹는 것 마냥 국물 떨어지는 오리 다리를 손으로 집어 뜯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가까스로 발라낸 살을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 훌륭하다. 하지만 질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오래 끓이자.
상 위에서 계속 끓여내기 때문에, 국물이 빨리 졸게 되는데, 이럴 땐 육수를 추가하자. 육수 다시 붓고, 미나리 샤브샤브 2엔드 시작이다.
하필 방문한 날 오리고기가 질기긴 했지만, 국물 맛과 미나리의 조합은 훌륭했다. ‘영미오리탕’이 가진 전통과 역사, 그것은 분명하다.
대한민국이 컬링 열풍을 타고 대’영미’국이 되었다. 의성에 영미가 유행시킨 컬링이 있다면, 광주엔 영미가 잘하는 오리탕이 있다.
‘영미오리탕’이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역시 ‘맛’에 대한 실력 때문일 것이다. 광주 대표 음식으로 오리탕이 출전하여 금메달을 땄다.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주는 ‘영미오리탕’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