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캐스트
겨울바다 담은 한 뚝배기 하실래예?
한뚝배기
치평동
2016.12.15 조회수 739


추운 겨울 집 밖은 위험하다. 아무리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을 하여도 살을 에는 추위에는 장사 없다. 찬바람에 벌벌 떨다 집에 들어왔는데, 마침 어머니가 식탁에 뚝배기를 내놓는 날이면 온 집안이 훈훈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고유문화인 뚝배기는 뜨거운 온도를 유지하는 성질을 지녀 찬바람 불 때면 더욱 맛있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첫눈에 내리는 오늘, 옛 선현들의 지혜가 담긴 “한 뚝배기 하실래예?”



상무지구 세정아울렛 뒷편 먹자골목에 가면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뚝배기요리집이 있다. 감각적인 매장은 아니지만, 한뚝배기라는 매장 이름과 보기만 해도 뜨끈해보이는 음식사진들이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오늘처럼 추운 날 몸과 마을을 녹여줄 수 있으며, 여러 숟가락이 교차하지 않아 다소 위생적인 한뚝배기를 만나보자.



언 몸을 얼른 녹이고 싶어 힘 있게 문을 열었다. 깔끔한 식당 안에는 인근에 상주하는 직장인들이 제법 자리를 채우고 있다. 칼칼한 국물 냄새는 덤이다. 보글보글 끓는 국물요리가 당기는 것은 이심전심이다.



한뚝배기의 식사메뉴는 전부 뚝배기채로 제공된다. 전복뚝배기, 전복된장국, 알탕, 뚝배기불고기는 8,000원이며, 해물뚝배기, 해물순두부는 6,000원이다. 모두 1인분도 가능하니, 혼밥족에게도 딱이다.


매콤한 해물찜과 특제양념을 배합한 돼지갈비의 환상적인 콜라보를 선보인다는 해물갈비찜은 저녁에만 판매한다 한다.



배추김치, 깍두기, 도라지무침, 어묵볶음 등 밑반찬이 제공된다. 통통한 식감에 짭쪼름하게 볶은 어묵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익힘 상태를 지닌 깍두기, 그리고 그 외 반찬들. 맛을 보니 손맛을 갖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구이로 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인 꽁치도 한 마리 턱 하니 내어준다.



보글보글한 거품이 뚝배기를 넘칠 듯 말 듯하게 등장한 첫메뉴 전복뚝배기(8,000원)를 만나본다. 5만원이 훌쩍 넘는 해물탕은 쉽게 즐길 수 없는 메뉴인데, 그런 해물탕의 1인 메뉴격으로 혼자 먹을 수 있다.



완도산 전복 2미, 오징어, 새우, 바지락, 홍합, 꽃게, 미더덕, 고니 등등 푸짐하게 들어있다. 이 가격에 이 정도 구성이니 가성비가 훌륭하다.



칼칼한 국물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다양하고 푸짐한 해산물이 시원함을 주고, 최소한의 양념에 고춧가루와 고추로 매운 맛을 낸 국물이 입맛을 계속 당긴다.


시작부터 끝까지, 뜨끈한 온기를 유지한 전복뚝배기에 언 몸이 샤르르 녹는다.



언 몸을 녹였으니까 본격적으로 달릴 차례다. 구원 등판한 것은 해물순두부(6,000원).


얼큰해 보이는 국물과 해산물 구성이 전복뚝배기와 비슷해 보이나, 전복과 오징어 등의 주요 해물은 빠지고 고소함을 더해주는 순두부와 달걀을 품고 있다.



해물순두부의 국물 맛은 전복뚝배기의 시원함은 유지하되, 순두부와 달걀이 더해져 국물자체가 걸쭉해지면서 전복뚝배기보단 묵직한 느낌이 든다.


매콤한 청양고추로 맛을 낸 얼큰한 국물에 부드러운 순두부가 녹아들어 입안을 감싼다. 일부러 강한 맛을 내려하지 않아 첫 맛은 약할지 모르나, 나중에 다시금 생각날 맛이다.



얼큰하면서 구수한 국물, 그리고 순두부 등의 조화에 빠져든 동행인은 뚝배기를 향해 머리를 계속 조아린다.


전복뚝배기로 1차로 몸을 댑혀 놓은 우리는, 해물순두부까지 더해지니 이내 송글송글 땀이 맺힌다.



한뚝배기에서의 마지막 메뉴는 뚝배기불고기(8,000원). 일명 뚝불이다. 완도산 전복을 필두로 모든 해산물을 국내산을 취급한다지만, 불고기에 사용되는 소고기만 바다를 건너왔다 한다.


호주산이면 아무렴 어떤가. 맛 중요하다. 맛깔스럽게 익힌 불고기와 당면들이 뚝배기를 채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고기는 완전 얇게 저민 소고기를 불고기 양념을 해서 익혀먹는다. 양념과 조리방식은 똑같으나, 한뚝배기의 고기는 보통의 불고기보단 두께가 있는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씹는 식감이 있다. 달착지근하니 싫어할 사람이 없겠다.



전복뚝배기와 해물순두부 등의 얼큰한 음식을 먹는 도중 달달한 맛의 불고기를 적재적소에 입안으로 넣어준다면 미각 세포들이 신명난 춤을 출 것이다. 해물뚝배기와 뚝배기불고기 조합 성공적이다.



뚝배기는 본래 끓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끓이면 오래 열을 머금고 있어 불에서 내린 뒤에도 음식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또, 재료에 열을 균일하게 전달해 깊은 맛을 내는 과학적인 조리도구임에 틀림없다.


춥다고 이불속에만 있지 말고,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뚝배기처럼 훈훈한 식사도 챙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