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캐스트
속은 촉촉, 겉은 바삭한 독일식 족발!
족발쏘시지
송정동
2016.09.08 조회수 918


잠시 스페인에 기거할 적 이야기다. 지인이 신박한 요리가 있다며 한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그가 먹여 준 것은 스페인식 순대요리였는데, 이름하여 ‘무르시아 데 부르고스’. 재료는 우리네 것과 같았지만 훨씬 진하고 바삭했다. 오묘한 맛을 내 혀는 아직 기억한다.


당연히 우리에게만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들도 가진 요리가 있다. 족발도 그 중 하나다. 공유의 당사자는 독일이다. 독일식 족발, 왠지 목구멍부터 힘 잔뜩 주고 헛바람 일으키며 발음해야 할 것 같은 그 이름은 ‘슈바인학센(Schweins Haxen)’이다.



슈바인학센(학생 아니다. 발음주의)을 먹을 수 있는 [족발쏘시지?]는 전통시장 안에 있다. 독일요리와 전통시장의 이질적인 조합이라니!


그러나 그 시장이 바로 ‘1913송정역시장’이고, 사장님은 오랜 시간 새로운 족발을 연구한 젊은 창업자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 이질감의 조각들은 제자리를 찾아 완성된 퍼즐로 다가오게 된다.



넓지 않은 공간에 눈에 띄는 요소가 있다. 헐크가 뚫고 지나간 것 같은 회색 벽이다. 그 안을 빼꼼 들여다보면 나오는 1인용 테이블과 의자들이 잔망스럽다. 어두운 분위기 속에 음식만을 집중케 하는 조명이 좋다. 나는 원래 음습한 걸 좋아하니까.



[족발쏘시지?] 메뉴는 크게 3가지. 독일식 족발인 ‘슈바인학센(21,000원)’, 독일식 소시지 ‘부어스트(15,000원), 그리고 점심시간이면 누릴 수 있는 소이소스 브런치(7,000원)까지.


브런치엔 볶음밥과 소시지도 포함이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슈바인학센소이소스 학센브런치!



코울슬로 같은 샐러드와 3가지 소스가 나온다. 이 중 겨자를 넣은 오리엔탈 소스가 요물이다. 슈바인학센과의 협동플레이에서 흐뭇한 역할을 하니 기대하시라!



먼저 소이소스 학센브런치가 등장했다. 구운 학센과 소시지, 샐러드, 볶음밥이 간장소스의 세례를 듬뿍 받았다. 까메오로 출연한 나초와 양파도 정겹다.



브런치에 있는 학센은 구운 족발이긴 하나 간장치킨의 식감도 함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맛은 분명히 돼지다! 간장치킨의 옷을 입은 돼지맛, 낯설지만 맛있다.



먹음직스러운 기름기가 침샘을 폭포수처럼 분출시킨다. 캠핑에서 언제나 삼겹살이 물릴 때 쯤 등판해 새로운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소시지.


이 브런치의 소시지는 캠핑에서 먹는 것이 아닌 데도 맛있다. 간장소스 잔뜩 머금은 맛은 새롭고 자극적이다.



자, 이제 슈바인학센의 엄청난 비주얼을 감상하시라. 솔직히 저런 고기는 만화에서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왜 있지 않나. 산적들이 뼈 잡고 앙 물어뜯은 다음 뼈만 던져 버리던 그런 고기. 허구인 줄 알았던 존재가 실제가 되어 눈앞에 놓였다.



놀란 눈에 어안이 벙벙한 나에게 자상한 사장님은 칼을 가져와 슥슥 고기를 잘라주신다. 보기만 해도 바삭할 것 같은 표면 아래 혀만 대면 녹을 듯한 속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이 신비로운 창조물을 내 안에 모셔올 일만 남았다. 아, 이건 정말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맛이다. 겉은 바삭바삭, 안은 촉촉하게 부드럽다. 츤데레 같은 친구랄까.



흔히 족발을 먹기 시작하면 찾아오는 느끼함이 이 슈바인학센엔 없다. 바삭한 식감이 느끼함을 멀리 쫓아보내기 때문이다.


전혀 새로운 맛의 비밀은 사장님의 부지런함에 있다. 족발은 먼저 우산동에 있는 별도 공간에서 대량으로 삶는다. 그 후 이곳 주방에서는 한 번 더 오븐에 굽는다.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시는 사진은 사우어 크라우트(sauer kraut). 양배추를 발효시킨 절임요리로, 독일식 김치라고 할 수 있다. 언뜻 봐선 살코기인줄 착각하게 만드는 분홍빛은, 사장님이 이쁜 색깔을 내기 위해 직접 적채를 사용해 만들었기 때문이라 한다.



덕분에 다소 기름진 음식들의 향연 속에서 질리지 않는다. 드러운 듯 새콤하니 족발을 무한 흡입시킬 촉매제로 딱이다.


바삭바삭한 족발을 앙 물어뜯다가 생각했다. 우리에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즐기는 요리가 또 있을까? 있다면 우리랑은 어떻게 다르고 또 얼마나 맛있을까?



언젠가는 그런 콘셉트의 미식 탐험을 떠나고 싶다. 익숙하지만 새로울 그 감각의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