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지껄~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두 모인 주말이었다. 아버지는 손수 반죽하셨고, 어머니는 그 반죽을 밀대로 얇게 편 다음 여러 겹으로 접어 힘찬 칼질로 면발을 뚝딱 만들어 내셨다. 이윽고, 멸치육수와 어우러진 맛있는 국수가 우리 앞에 차려진다.
후루룩~ 야무지게 먹었던 그때, 그 국수 생각에 몇 걸음 떨어진 마트에서 쉽게 면발을 구매해 끓여내봐도 부모님의 정성을 대체하지 못한다. 직접 반죽해서 완성한 탱글탱글한 수제 면발 어디서 먹어볼 수 없을까?
다행히도 광주에는 매장에서 직접 반죽하고 뽑는 자가제면 방식을 고수하는 곳이 있어 감사하다. 그중에서도 세상에 없던 특별한 면으로 감동을 주고자 하는 식당이 있다.
수완지구에서 건강한 샌드위치를 파는 유명한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한 ‘일등제면소’다. 프랜차이즈 같은 느낌이지만 광주 토박이가 국수를 뽑는 곳이다. 매장 이름처럼 맛이 일등이길 기대하며 매장으로 들어섰다.
채광 가득한 매장을 들어서니 통나무집에 온 듯하다. 벽면부터 테이블 등 모든 것이 나무로 되어 있다. 주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입식 테이블이지만, 아이가 있는 젊은 엄마들을 위해 좌식 공간과 유아 의자도 보유하고 있다.
또, 한쪽 벽면에는 ‘기찻길’이라 부르는 컨베이어 벨트가 있다. 메뉴를 주문하면 자동으로 테이블 앞에 멈춘다. 획기적인 시스템이 장착된 매장이다. [모든 메뉴가 기찻길을 타고 오는 것은 아니다.]
고급(?)스러운 메뉴판을 펼치니 ‘제면소’답게 면 요리가 대부분이다. 웰빙제면, 카레제면에 냉제면, 비빔제면까지 구색을 갖췄다. 여기에 곁들이 음식도 있으니 괜스레 웃음이 난다.
메뉴판은 원래 첫 장이 제일 노다지인 법. 소스에 찍어 먹는 일등제면(보통 4,800원), 찹쌀오징어(9,000원), 새우만두(3,800원) 등 제일 첫 장에서만 무려 3개가 선택되었다. 제법 서늘한 날씨에 어울릴만한 시레기제면(보통 6,800원)도 함께.
기찻길만큼 특이한 건 주문하는 방식이다. “여기요”, “저기요” 부를 틈 없이 테이블에 설치된 터치패드에 손만 가져가면 된다.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나지막이 팡파르가 울린다. 그럼 주문 성공이다.
신문물에 대한 이야기를 몇 차례 주고받았을까. 어디선가 기차 소리가 들려온다. ‘아! 우리의 일용한 양식이 왔구나! 넘나 새로운 것!’ 쟁반째 받아들고 “확인” 버튼을 누른다.
첫 번째로 맞이한 음식은 바로 일등제면. 메뉴판 첫장에 있을 뿐더러 매장 이름을 따기도 한 이 면 요리가 명실상부 메인메뉴다.
우동보단 얇은 수제 면발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색감의 비결은 바로 백년초와 흑임자다. 이와 같은 재료를 넣어 손으로 그러므로 그렇기 때문에 특허까지 받은 게 아닐까.
일등제면을 먹는 방법은 메밀소바를 먹는 방법과 같다. 소스에 원하는 만큼 고추냉이를 넣고 면을 푹 담가 먹으면 된다.
그만큼 소스가 면의 맛을 좌우한다. 이곳은 쯔유만을 사용하는 보통의 메밀소바 소스와 달리 불고기소스를 사용한다.
불고기소스에 고추냉이 양껏 투하하고 뭉치지 않게 잘 저었으니 모든 세팅을 마쳤다. 면발을 끌어 려 소스에 풍덩~. 단시간 양념이 잘 배도록 쉐킷~ 쉐킷~ 흔들어 준다.
역시 특허받은 면이라 다른건가. 탱글탱글하고 쫄깃함은 발군이다. 면의 식감 하나만으로 다른 요리를 기대하게 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소스와 어울림에 의문부호를 남긴 것은 아쉽다. 기존의 쯔유 소스에 길들었는데 심심한 간의 면발에 불고기 소스 조합은 뭔가 순둥이 같다. 그래도 웰빙식이라고 하니 건강한 느낌이라 생각하자.
후텁지근한 날씨에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시래기제면이 두 번째 메뉴다. 큼지막한 사발 가득 건강함이 들어 있다.
혈액 순환에 좋은 들깻가루와 시래기가 만났으니 동맥경화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손 들고 반길 시래기제면.
고소함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료가 바로 들깻가루인데, 단 한 수저만으로도 그 클래스를 증명한다. 뜨끈한 들깨 국물이 오장육부를 타고 흐르니 행복해진다. 이 국물에 밥 한 그릇 그대로 말고 싶을 정도였다.
시래기제면에 들어가는 면발은 일등제면과 다르다. 칼국수처럼 좀 더 굵다. 일등제면이 탱글탱글하게 후루룩~ 넘기는 식감이었다면, 시래기제면은 쫀득쫀득 씹는 식감이며 뜨거운 국물에 한소끔 끓여냈기 때문에 양념이 면에 더 잘 뱄다.
짜장면과 짬뽕에는 탕수육이 있다면, 일등제면소에서는 찹쌀오징어가 있다. 찹쌀 반죽을 입힌 오징어탕수육이라 보면 된다. 거기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부어주니 안 맛있을 수가 없다.
단번에 쫀득한 찹쌀 반죽에 매료된다. 바로 이어서 밀려 들어오는 쫄깃한 오징어에 또 한 번 반하게 된다. 역시 면과 튀김은 뗄 야 뗄 수 없는 환상의 짝꿍.
다음 곁들이 음식은 새우만두다. 새우 모양을 본또서 만든 길쭉한 모양이다. 만두소가 보일 만큼 투명한 만두피다. 전분 가루를 이용했다는 것은 안 먹어봐도 알 수 있다.
쫀득한 만두 속에 씹히는 새우와 채소도 괜찮고 한데 어우러져 은은하게 퍼지는 향도 괜찮은 만두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일등제면소의 키워드를 뽑자면 ‘정성’과 ‘건강함’이다. 48시간 숙성, 주문 즉시 제면 후 삶는 등 이런 과정이 보통 정성이 아니면 못할 일이고, 이렇게 때문에 좀 더 건강한 맛을 낸다.
정성들인 건강한 면 요리를 즐겨보고 싶다면, 이곳부터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