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에는 뭘 먹지? 고민이 한가득하다. 마침 핸드폰에 깔힌 사랑방맛집 앱을 실행하고 어떤 메뉴가 오늘 점심으로 좋을까 눈팅한다. 수많은 메뉴 중에 후보군을 추려냈다.
복날이 다가오니까 삼계탕도 먹고 싶고, 흐린 날씨 때문에 칼국수도 당기고... 둘 다 판매하는 곳이 있으면 좋으련만 이것 또한 마땅치 않다. 이때 옆에서 포청천처럼 결단에 찬 목소리로 “닭 칼국수 먹으면 되지”라 말한다. 그래! 오늘 점심은 닭칼국수다.
삼계탕과 칼국수의 맛들어진 콜라보레이션! “닭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첨단 쌍암공원에 위치한 이층면옥이다.
식당이름이 이층면옥인 이유는 세상 단순하다. 쌍암공원 앞 상가 2층에 있다. 계단을 올라 현관을 마주하면 온실에 온 듯한 느낌까지 든다.
쌍암공원 주변 식당을 이용하려면 도로변 불법주차가 당연하다고 여겼으나, 이층면옥은 병원과 주차장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어서 주차 걱정 없어 편리하다.
오픈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으나, 매장 내부는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그 이유는 항아리, 나무 무늬의 장판과 창호문느낌의 테이블 칸막이 때문일 것이다. 칸막이와 벽면에는 사군자 그림까지 그려 넣었다. 왠지 모르게 정직(?)한 레시피를 선보일 것 같다.
다른 한쪽 벽면에는 메뉴판도 걸려있다. 면옥(국수 麵, 집 屋)은 다른말로 국수집이기 때문에 메인메뉴들은 칼국수, 막국수 등의 국수가 대부분이다. 초복이 다가오니 예약메뉴로 백숙종류도 있다는 건 알아둬야 할 사실.
이중 우리가 맛볼 닭칼국수의 이름은 “일닭칼국수”다. 칼국수에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갔단 뜻이다. 1인 1닭 시대에 취향을 저격하는 네이밍센스다. 거기에 감자전까지 도전이다.
주문을 하고 나니 반찬 몇 가지를 내어준다. 보기만 해도 군침을 삼킬 동치미, 칼국수에 빠질 수 없는 생김치, 삼계탕과 어울리는 열무김치. 단촐한 구성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때, 주방에서 칙~ 칙~ 전 부치는 소리와 기름 냄새가 난다. 감자전이 완성되는 데까지 머지않았다.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감자전에 우리 테이블에 당도했다. 노릇노릇하게 익은 것이 비가 오면 생각날 비주얼이다. 양식요리인 척 무심하게 뿌려진 바질가루도 미각을 자극시킨다.
양손에 젓가락 하나씩 들고 야무지게 찢어줘야 했지만, 바질가루가 뿌려져 있으니 왠지 모르게 피자처럼 조각을 내어 고급지게 즐기고 싶었다.
가장자리를 보면 한눈에 봐도 바삭함이 느껴진다. 묘한 본능에 따라 가장자리부터 한 입 베어 물었다. 역시나 바삭하다. 흡사 쇼파에서 누워서 먹던 감자칩을 먹는 느낌까지 든다.
안쪽으로 갈수록 감자 특유의 폭신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혹자는 설익은 거 아니냐는 말을 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은 감자전을 첫 경험한 사람일 것이다. 이 감자전에 막걸리 조합이면 장마가 오는 것을 기다릴지 모른다.
잠시 후 사장님께서 묵직해 보이는 그릇을 들고 테이블로 오신다. 오늘의 주연인 일닭칼국수의 등장에 ‘우와...!’ 라는 외마디 탄성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칼국수와 삼계탕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물론이고 그 양도 푸짐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푸짐한 양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담긴 그릇크 기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어지간한 삼계탕에 들어간 닭의 크기보다 크면 컸지 적지 않은 사이즈의 닭이 한 마리 통째로 들어간다. 2인분을 시키니 닭 두 마리가 사이좋게 칼국수 안에서 마주 보고 있다.
2인분부터 판매하는지 궁금한가? 일닭칼국수 1인분도 판매한다. 그러나 1인 1메뉴가 원칙이라 한다.
일닭칼국수를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닭을 먹기 좋은 크기로 분해하는 것이 먼저다. 일반 주방 가위로도 쉽게 잘린다. 그만큼 잘 삶아졌다는 뜻. 주문 후 조리시간이 길지 않은 거로 보아 미리 칼국수에 들어갈 닭을 푹 삶아 놓은 것 같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닭고기 속까지 육수가 쓱~ 베이도록 잠시 잠수를 시켜놓는다. 그다음에는 사장님의 음식 내공을 추측해보는 시간으로 칼국수 국물을 입에 가져간다.
이제는 뜨끈한 국물만 먹으면 무조건반사로 크~ 라는 소리부터 난다. 닭을 삶을 때 나오는 닭 육수를 그래도 사용한 국물이다. 해물 육수의 시원함, 고깃국물의 묵직함과는 또 다른 육수의 매력이다.
먹기 전에는 삼계탕 육수와 비슷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그러나 삼, 대추, 마늘 등의 속 재료가 들어가지 않아 삼계탕보다 오리지널 닭육수에 집중한 맛이다. 여기에 후추를 가미했다. 비슷한 육수를 찾자면 닭곰탕이다.
다음 차례는 칼국수면이다. 물론 잘 익은 닭고기부터 먹는 게 사람들의 마음이겠지만, 닭고기를 먹는데 집중하다 보면 면발이 불어 칼국수 특유의 쫀득함을 놓쳐버릴 수 있으니 면부터 맛보시라.
칼국수 면발은 비교적 얇으면서 푹~ 익혀져 있다. 기존에 먹어왔던 바지락 칼국수에 들어가는 면발보다는 서울 명동칼국수와 비스름하여 찰기가 더 있다.
칼국수 면발을 어느 정도 흡입했다면 닭고기를 즐길 자격이 생긴다. 선분홍색을 띄는 닭고기 살점이 위장을 설레게 한다. 뼈째로 입에 넣어 혀로 두어 번 굴리니 살과 뼈와 완벽분리다. 그만큼이나 부드럽다.
퍽퍽한 닭가슴살 부위를 하나 집어 소금장에 콕 찍어 먹으면 삼계탕 먹는 기분도 낼 수 있다. 예전에부터 전해오는 환상궁합인 열무김치와 싸먹어도 훌륭하다.
아~ 배부르다.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싹싹 긁어 먹어주는 게 음식을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로 생각해 모두 먹으려고 했지만 개인당 닭 한 마리에 칼국수까지.. 결국 푸짐한 양에 지고 말았다.
비록 깨끗하게 비우진 못했지만, 칼국수와 삼계탕을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 구성, 저렴한 가격의 일닭칼국수를 만난 오늘 점심은 완벽했다. 잊지 않고 다음에는 냉모밀과 냉막국수도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