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캐스트
쇠고기 듬뿍~ 부담 없이 즐기는 비빔밥!
유명회관
북동
2016.05.19 조회수 681


오랜만에 주말 늦잠을 계획한 나에게 여친님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친구네 커플이 나비축제를 다녀왔으니 본인도 가보고 싶단다. 무기력함을 사랑의 힘으로 이겨내고 길을 나섰다.


잘 가꿔진 포토존에서 사진작가에 빙의해 프사(프로필사진)를 양산(?)한다. 축제장을 한 바퀴를 완주하는 격렬한 활동량에 꼬르륵~~ 민망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제야 사진 찍는 것을 멈추고 함평에서 가장 유명한 생고기비빔밥을 싹싹~ 긁어 먹었다.



짧았던 주말이 지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함평에서 맛본 꿀맛 같은 생고기비빔밥이 아른아른 거린다.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광주에서 생고기비빔밥으로 유명한 식당을 방문 할 수밖에 없었다.


생고기비빔밥 맛의 비법은 신선한 한우생고기를 푸짐하게 주는 것이다. 이는 오늘의 방문지, 유명회관이 가진 매력이기도 하다. Since1994, 1년 안에 없어지는 식당이 너무도 많은 요즘, 무려 22년이나 명성을 유지해온 곳이다.



‘신선함’을 증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5초. 매장을 들어서면 사장님이 실시간으로 열심히 생고기를 써시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고기를 썰고 있는 이 공간은 유동인구와 인구밀도가 가장 많은 곳이다. 손님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줄지어 입장과 퇴장을 반복한다.



신발을 벗고 마루로 올라가면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식사 공간이 펼쳐져 있다. 꽤나 많은 테이블들이 거의 가득 차 있다. 거기에 단체손님을 위한 2층 공간도 있다.



빈자리를 발견하고 냉큼 앉아서 메뉴를 주문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반찬부터 내어 준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 식당의 자신감이 묻어나오는 대목이다. 이렇게 미리 반찬을 준비해둬야 높은 회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젓가락부터 가져가게 만드는 밑반찬들은 맛깔스럽게 생겼다. 특색 있는 반찬만 설명하려 해도 여러 가지다.



전라도 잔치상에 빠지면 서운한 홍어무침이다. 유명회관의 홍어무침은 삭힌 홍어가 아니라서 누구든 도전할 만하다. 큼지막한 고기가 들어 있는 장조림, 새콤하면서 시원한 물김치도 괜찮다. 민물에서 자라는 자잘한 새우를 잡아 만들어야 해서, 조리과정이 까다로운 토하젓도 함께 제공된다. 맨밥에 토하젓만 쓱쓱 비벼먹어도 기똥차다.



상추 위에 웬 매콤한 쌈장이 올라와 있나 싶을 수 있지만, 이것은 반찬으로 적당히 제공된 육회다. 매콤한 고추장양념과 잘게 썰은 소고기가 잘 만났다. 또한 오이와 육회는 빼놓을 수 없는 조합이다.



반찬 하나씩 다 맛보기도 전에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이 모든 것이 2~3분 내 일어난 일이다. 유명회관의 비빔밥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특생비빔밥(11,000원), 육회비빔밥(8,000원).



특생비빔밥은 육회를 많이 주는 곱빼기 개념이 아니라, 신선한 생고기를 내어준다. 육회비빔밥은 날 것과 익힘의 차이에 따라 두 가지 맛으로 즐기면 좋다.


특생비빔밥이나 육회비빔밥이나 구분 없이 고기와 밥을 따로 준다. 이 말인즉슨, 고기부터 맛을 보란 소리다. 생고기는 맛보기 전부터 탱글탱글함이 전해진다. 새빨간 쇠고기에 눈이 내린 것 같은 하얀 마블링도 보인다. 쫀득쫀득한 생고기의 맛을 봤으니 이젠 제대로 비벼볼 차례다.



오이, 무생채, 콩나물, 김가루가 들어간 대접에 밥과 생고기를 얹어 쉐킷~쉐킷~ 비벼낸다. 맛있게 비비기 위해서는 젓가락으로 일단 채소들을 먼저 비비고, 밥만 넣어서 또 비비고, 마지막으로 소고기를 넣어 또 한 번 비벼준다. 그래야 이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진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철학이다.



생고기에는 별도의 양념을 하지 않아 비빔밥자체가 담백하다. 여기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함께 배합한 양념을 적당히 추가하면 매콤하면서 고소한 맛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조금 더 특색 있는 식사를 원한다면, 밑반찬으로 나온 토하젓도 짜지 않게 적당량만 넣어서 비벼보시라.


여기서 한 가지. 동행인과 근황토크를 해야 한다면, 이 집은 비추다. 수다쟁이들도 왠지 모르게 비빔밥그릇에 집중하게 된다. 맛을 복기할 새 없이 뱃속에서 끌어당기는 맛이다. 계속 들어오는 손님들 때문에 오랜 시간 자리하는 것도 민폐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누가 빨리 먹나 경쟁하듯 한 그릇 뚝딱이다.



소고기전문점에 가면 기본 반찬처럼 당연시 나오는 것이 선짓국이다. 하지만 이곳은 선짓국 대신 된장찌개가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선짓국을 안 먹는 사람들은 더욱 희소식이겠다.


구수한 된장에 고춧가루를 풀어 칼칼한 맛까지 주는 된장찌개다. 호박과 감자, 두부도 무심한 척 큼지막하게 넣어 준다. 그리고 소고기 머리부분으로 보이는 수육도 몇 점 넣어주니 내용물이 푸지다.


된장찌개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없는 음식인 법. 그러니 선짓국 대신 된장찌개를 주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생고기를 못 먹는 불쌍한 영혼들을 위한 익비도 가능하다. 육회에 장을 추가하여 익혀냈다. 마치 갈치젓갈 같은 색깔이다. 생고기를 집어 먹던 습관으로 집어먹었다간 짠 맛에 몸서리치게 된다. 별도의 고추장을 안 넣어도 밥을 비비면 딱 맞는 간이다.



된장찌개 국물을 몇 수저 비빔밥에 가미해 쓱쓱~ 비벼주면 된다. 생것이 아니라 잘게 썬 고기를 익혀내 부드러워 이질된 식감이 없는 보편적인 맛이다. 익비 자체가 맛이 없거나 하진 않지만 생고기의 참맛을 아는 나에게는 생고기비빔밥이 딱 내 스타일이다.



비빔밥만큼은 아니지만 손님들이 식사메뉴로 즐겨 찾는다는 사골탕(8,000원)도 맛볼 수 있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을 자랑한다. 은은한 맛의 사골탕처럼 수려한 모습은 아니다. 겉으로 보이기에는 달걀 지단, 대파, 대추 고명이 전부다.



수저로 사골탕을 한 바퀴 휘~ 저으니 묵직함이 느껴진다. 부드러운 소고기 수육이 나름 알차다. 국물을 입 안으로 넣으니 혀가 이 맛을 기억한다. 어머니가 오랜 시간 고와 주는 그 사골 맛처럼 깊다.


가족들의 건강을 걱정하며 불 앞에서 장시간 고아야 하는 사골뼈 선물보다, 이 사골탕 한 그릇에 어머님은 더 큰 함박웃음을 지으실 것 같다.



이 식당과 함평 유명식당은 비빔밥에 들어가는 채소, 양념들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직접적인 비교대상은 되지 못하지만, 두 식당의 공통점은 바로 ‘신선하고 좋은 재료’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신과 뚝심을 그대로 유지하여 오랜 시간동안 명맥을 유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