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시기나 계절에만 얻을 수 있는 채소, 과일, 해산물 등으로 만든 음식을 제철음식이라 한다. 열매가 맺히는 시기이거나 한창 살이 올라서 맛이 가장 좋고 영양분이 풍부한 시기이기도 하다.
보관법이 발달함에 따라 사시사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제철에 먹는 음식은 보약에 견줄만큼 으뜸이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제철음식으로 입맛을 돋우면서 건강도 챙겨보는 건 어떨까.
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땅과 바다, 산에서 신선한 제철재료가 많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해마다 봄철이면 축제가 열릴 만큼 유명한 식재료를 만나보려한다. 3월부터 5월까지 알이 가득 차 가장 맛있는 쭈꾸미다.
제철 쭈꾸미를 맛보기 위해 월산5동 우체국 인근에 있는 ‘왕대박 삼순이네’를 방문했다. 마치 복어요리전문점처럼 매장 간판에 사장님의 얼굴을 내걸고 있다. 본인 얼굴을 내걸 만큼 맛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프랜차이즈보다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방심하고 늦장 부리면 주린 배를 감싸고 골목에서 대기할 수도 있다. 그만큼 맛이 왕대박인가보다. 맛있는 쭈꾸미를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왕대박 많다.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한 수조관이 손님들을 마주하고 있다.
겉만큼이나 내부도 화려하지 않다. 넓지 않은 공간에 최대한의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좌석 공간이 넓지 않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이까짓 것이 대수일쏘냐. 옆 테이블 사람과 엉덩이 싸움을 하면서 먹는 것도 나름의 재미일 것이다.
‘왕대박 삼순이네’는 신선한 생물 쭈꾸미와 낙지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생물쭈꾸미로 만드는 샤브샤브, 전골, 볶음, 무침을 판매한다. 쭈꾸미를 어떻게 먹을지 고민이 들게 한다. 식사메뉴로는 쭈꾸미비빔밥(10,000원)도 가능하다.
어느덧 공식처럼 굳어진 ‘쭈꾸미 = 볶음’에 따라 볶음을 주문해본다. 물론 삼겹살 추가로 말이다.
갖가지 색깔을 뽐내며 밑반찬부터 제공된다. 밑반찬 중 하이라이트는 향긋한 향이 일품인 미나리무침, 갓 담은 알싸한 파김치, 잘 익혀 씹을수록 시원함이 톡톡 튀는 묵은지이다. 여기에 입맛 돋우는 낙지 젓갈과 매운맛을 잡아줄 콩나물국까지 제공된다.
밑반찬에서 사장님의 음식 솜씨를 엿볼 수 있다. 이 상차림에 공깃밥을 추가하면 웬만한 백반집과 견줄 만 하다.
휴대용 가스레인와 함께 ‘쭈삼볶음’이 등장했다. 매콤해 보이는 양념이 잔뜩 묻은 양배추가 보이고 그 위에 팽이버섯, 송이버섯, 미나리가 함께 올려졌다.
양념과 채소에서 불을 가해 물이 자박자박하게 나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으면 된다. 어서 익길 간절히 바라면서 눈으로 쭈꾸미를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쭈꾸미 존재 여부에 의구심이 들고 있을 무렵 사장님이 묵직해 보이는 대접을 들고 재등장했다. 대접에는 난생처음 보는 크기의 생물 쭈꾸미가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남해에서 공수한 쭈꾸미를 보기 전까지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로 조그마한 줄 알았는데 쭈꾸미가 이렇게 클 수가 있구나 싶었다.
양념과 채소 육수가 어우러져 끓기 시작한 볶음 위에 생물 쭈꾸미를 잘라주니 신선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쭈꾸미까지 잘라 넣어 양념과 합쳐주니 드디어 맛깔스러움이 폭발한다. 쭈꾸미가 익기 전에 숨이 죽은 채소부터 골라 먹기 시작한다.
이윽고 쭈꾸미 다리를 하나 골라 맛을 본다. 다른 프랜차이즈처럼 매운 양념에 하루 정도 미리 양념에 재어두지 않아 양념과 계속 끓여낼수록 쭈꾸미와 양념이 비로소 어울린다. 또한 낙지는 오랜 시간 끓이면 질겨지기 마련인데 쭈꾸미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계속 살아있다.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앞 접시에 올리고, 쭈꾸미 다리, 미나리를 함께 올려 맛을 본다. 미나리의 향긋함이 쭈꾸미와 삼겹살에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매콤한 쭈꾸미볶음을 깻잎쌈과 함께하면 더 좋은 그런 이치이다. 미나리를 추가하려면 2,000원을 추가하면 된다.
너무 자극적으로 매운맛이 아니라 마냥 먹을 수 있는 정도이다. 잔잔한 매운맛에 신선한 재료로 임팩트를 준다.
쭈꾸미와 삼겹살, 그리고 채소들을 골라 먹다 보면 양념이 남는다. 이렇게 남은 양념에 밥 볶아주는 것이 당연지사. 볶음밥을 더 맛있게 즐길 방법은 바로 쭈꾸미머리를 밥에 양보하는 것이다.
쭈꾸미머리 속에 가득 채운 알과 먹물들이 볶음밥에 어우러져 고소한 맛을 더해준다. 볶음밥과 미나리무침, 파김치, 묵은지를 함께 곁들이면 더 좋다.
춘곤증.. 식곤증.. 탓인가. 괜스레 더 몸이 축 쳐지는 봄이다.
남해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쭈꾸미와 함께라면 원기회복도 뭐 대단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 해독기능을 강화해주고 시력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하니 봄철엔 쭈꾸미가 제격이다.